*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예술이란 일정한 재료와 양식, 기교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창조 활동이며, 그러한 활동가를 두고 예술가라 한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예술에는 모든 인간 활동이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것이 그렇듯 예술이라는 영역 역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틀을 두고 오늘날 우리는 클래식, 혹은 고전이라 일컫는다.

고전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는 늘 내적 갈등과 함께한다. 화려한 무대에 올라 영광을 누리지만 무대라는 이름의 벽을 허물고 관객에게 다가가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이 욕망은 그것을 온전히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로 하여금 동종 업계인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만든다. 사기, 짝퉁 등의 날 선 단어는 물론 돈 몇 푼에 영혼을 팔았다는 표현도 심심찮게 오간다.

사기꾼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습관적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꾀하는 사람’이다. 즉 피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기호 차원에서의 호불호는 존재할지언정 대중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나의 열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적은 없다.
 
“범인(凡人)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지만, 예술가는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다. 예술은 매력적인 거짓이다. 오페라건 뮤지컬이건 대중가요 무대건 형식은 중요치 않다. 핵심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에 있다.

고전이 고전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요소나 시대와의 교류를 일정 수준 이상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동시에 고전이 고전으로만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수백 년 전의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은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때론 오늘날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기에, 관객들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이 나라에서 고전 예술의 위상이란 더 이상 저점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놓여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초등학생은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과 안무를 줄줄 외고 있었지만 최근 2~3년간 기억나는 클래식이라고는 학교 쉬는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 ‘엘리제를 위하여’가 전부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 꼬마 친구에게 고마웠다. 울려 퍼진 종소리가 베토벤이 작곡한 곡의 한 소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준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예술인으로서 희망을 보았다.

어느 순간,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서서히 침몰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온 배를 뒤져 뗏목이라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모았다. 지지해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선동한다며 선실 창문 너머로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중 단 한 명도 정작 내 앞에 와서 직접 말리거나 옳지 않은 일이라며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뒷이야기와 풍문뿐이었다. 사기꾼이어도 좋다. 협잡꾼이어도 좋고 선동가로 불린다 할지라도 그 또한 좋다. 평가나 험담은 중요치 않다.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할 뿐이다. 무릇 예술가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현대인의 삶을 보다 온전히 표현하고 담아내어 그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 그저 옛 틀을 지키기 위해 가슴 속에 꿈틀대는 예술가로서의 혼과 사명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결국 ‘오페라마’라는 새로운 융합 장르를 만들고, 그 이름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급속으로 성장하는 K-pop(케이팝) 시장을 바라본다. 또한 획기적인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허니버터칩’을 숙고한다.

더 이상 본인만의 만족을 위함이 아닌, 클래식을 향유하는 소수만을 위한 잔치가 아닌, 대중과 함께 클래식을 소비할 수 있도록, 예술인 정경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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