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성악가로서 노래하고 기획자로서 다양한 형태의 무대와 콘텐츠를 연출하며 예술 연구가로서 고전예술과 현대예술의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골몰한다.

경영자로서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영업에 매진하며 다음 세대의 꿈을 위해 교육자로서 강단에 오른다. 언뜻 복잡다단한 삶처럼 보이지만 나는 사실 한 가지 가치를 위해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실천'이다.

예술상인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한 바 있다. '생각을 곧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 있어 어떠한 주저나 망설임도 가지지 않을 것.'
 
역설적이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평균 학력이 높아지면서 탁상공론에만 매달리는 이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좋은 생각, 좋은 말은 누구나 머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내일’이라 부르는 희망은 전적으로 이와 같은 논의와 고뇌를 어떻게 실천으로 옮겨내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느꼈다. 성악만으로는 대중에게 접근하는 데 있어 분명 한계가 있었다. 기획자의 역할만으로는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경영만 해서는 다음 세대 주역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나는 이 시대가 폭 넓은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예술상인에게, 그리고 내일을 꿈꾸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실천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홀로 노를 저어 태평양을 횡단한 한 여성 모험가의 수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의 항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출발하여 태평양을 가로질러 파푸아뉴기니 섬에 입항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는데, 이는 약 1만3,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 총 4년간 대해 위에서 250일 이상을 보내며 250만 회 넘게 노를 저은 그녀는 다음과 같이 돌이켰다. 

"만일 내가 금문교 아래에서 노를 젓는 스트로크 한 차례, 한 차례가 너무나 미미한 것이어서 바다 건너 어느 곳에도 도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주저했다면? 나는 여전히 금문교 부근을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스트로크 한 차례씩을 차근차근 더해 충분한 숫자를 만들었고, 결국 아주 작은 실천들을 통해 확연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나는 내 자신이 내일을 향한 거대한 설계도나 빛나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하루를 통해 배우고, 반성하며 자신의 미숙함에 전율한다. 유일하게 당당한 점은 그러한 부족함을 메우고자 도전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결코 주저하거나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빛나는 날개는 내게 달려있지 않다. 그러나 내게는 '언젠가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지금도 흙길에 족적을 남기고 있는, '실천'이라는 이름의 굳건한 두 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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