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얼마 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처음 방문하게 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릴 적 교과서나 학습지에서만 보았던 예술 작품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대의 걸작과 명작들을 눈앞에 두니 예술의 가치에는 수명이나 종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대의 내로라하던 예술가들은 이제 고인이 되어 역사로 남았지만 그들의 작품은 오늘도 빛을 발하며 위세를 누린다. 이러한 위세를 두고 단순히 ‘상품성’이라 표현하는 것은 다소 비약적이다. 예술작품이 지니는 상품으로서의 성질은 일반 상품들과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상품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달리 예술품은 근본적으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예술가의 손으로부터 작품 하나가 탄생하는 순간 이는 곧바로 한정판이 되고,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결과적으로 한 번 책정된 예술품의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는 법이 없다.
 
또한 일반 상품은 대개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치가 하락한다. 하지만 소멸성 소비재가 아닌 예술품일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가치가 끝없이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유명 화가가 사망할 경우, 그의 그림이 더 이상 탄생할 수 없기 때문에 생전에 그린 작품들의 가격이 치솟는다. 이후 세월이 흐르며 예술적인 가치에 더해 역사적인 문화재로서의 가치까지 자연스럽게 겸비하게 되고, 이로써 예술품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선 인류의 유산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남은 예술작품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관광객 유치나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출해낸다. 그저 존속하는 것뿐 아니라 끝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불멸의 보물이 되는 것이다.

예술상인이기 이전에 예술인으로서, 예술작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일반적인 상품 개념에 적용되는 경제 원리나 개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술에 대한 이해와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나의 사명이 작품 자체에 내재된 무한한 상품성을 끊임없이 이끌어내고 재생산하는 보물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 즉 ‘예술상품’을 다루는 일에 있음을 깨달았다.
 
농산물을 다루는 데에 전문가가 있고 수산물을 가공하여 유통하는 데 전문가가 있듯, 예술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예술을 찾아내어 가공, 유통을 통해 세상에 풀어놓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예술상인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예술(藝術)과 상인(商人)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상품이라는 형태로 대중에게 다가가지만 일반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기술과 재량으로는 다룰 수 없는, ‘예술상품을 생산하고 다루는 자’를 의미한다. 그와 같은 원대한 보물찾기에서 나는 이제 막 첫 발을 뗀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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