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은 의도와 목적을 품었는가와는 무관했다. '짝퉁', '아류' 등의 매서운 어휘는 야심차게 시작한 오페라마가 단골처럼 달고 다니던 수식어였다. 장르 간 융합이기에 정통 '오페라'의 요소도, '드라마'적인 요소도 모두 빈약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새로운 공연 형식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비난 역시 존재했다. 날 선 화살이 젖먹이나 다름없는 오페라마에 쏟아지는 동안 그에 담긴 신념이나 의미가 무엇인지, 이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진지한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페라마는 단순히 하나의 공연 형태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중문화와 더불어 '클래식'이라 불리는 고전의 입지를 되살리고 바로잡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이상을 가진 일종의 르네상스 운동이다.

먼저 오페라마(Operama)의 어원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쉬이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오페라마라는 단어는 오페라(Opera)와 드라마(Drama)의 어순과 음절을 부분적으로 취한 복합어이다. 때문에 오페라와 드라마의 장르적 특색을 모두 갖췄을 것이라는 단편적인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페라마에 함축된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비롯된 정통 오페라를 필두로 한 과거의 모든 '고전(classic)'을 상징하는 동시에 환유(換喩)한다.

또한 미국에서 탄생하여 현대 문화 흐름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드라마'는 '현대 대중문화(modern & contemporary pop culture)' 전체를 상징하고 의미한다. 즉, 오페라마의 어원은 고전과 현대의 조화로운 융화를 상징하며 그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고전 오페라나 뮤지컬과는 달리 오페라마가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현시대가 직면한 사회적인 문제나 인간사를 향한 인문학적 고찰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대(사회)와 관객들이 살아가는 시대(사회)의 괴리를 줄여 대중들로 하여금 보다 극에 몰입하고 능동적인 참여의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오페라마는 현대인이 매일같이 체감하고 의문을 가지는 시대적 화두들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한 대학의 일방적인 학과 폐지 사건, 코피노의 삶, 국제 난민 문제의 딜레마 등은 가공된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욱 강렬하고 인간적이다.

'인간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현실에서 직접 느끼게 되는 문제의식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예술의 주제의식이자 소재가 아닐까.

오페라마는 아리아, 민요, 가곡 등의 고전음악을 비롯하여 록, 재즈와 같은 현대 음악을 두루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 가곡에 집중하는 오페라나 팝 음악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과는 달리 어떤 하나의 음악적 범주에 고착하기보다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자유롭게 적절한 구성을 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완화하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 의식으로의 접근 과정이 보다 쉽고 편안해진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유연성은 무대 연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정해진 무대 형태와 악단에 구애받기보다는 예술적 표현에 필요하다면 프로젝션 영상, 레이저 조면, 현대적 음향기기 등의 현대적인 연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이는 뮤지컬이나 영화와 같은 공감각적 매체에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더욱 익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보다 풍부한 표현력으로 작품의 주제 의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오페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과 신념은 바로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상 발생한 모든 문제 해결과 해소 과정은 인간이 의문을 품고 스스로 숙고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체감 가능한 현실 속 화두를 주제로 작품을 구성하여 무대에 올리면 관객들은 그에 대해 깊은 공감과 이입을 하게 된다.

나아가 평소 일상에 떠밀려 마음속에서 미뤄두었던 가장 근본적인 의문들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다.

삶에 대한 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찾아나가는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기저에 두고 오페라마는 성립되었다.

예술인으로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무대와 작품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욕심일 뿐이다. 사실 오페라건 뮤지컬이건 오페라마건 형식과 플랫폼 따윈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을 통해 이 시대가 망각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인간적인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우고 보다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일이다.

오페라마는 이제 막 갓 난 젖먹이 시절을 통과했다. 그렇다 해도 걸음마를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걸음마를 통해 또다시 걷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나아가 그로부터 달리는 방법도 배울 것이다. 비난도, 비판도, 비평도 좋다.

다만 언젠가 오페라로서 상징되는 '고전'의 땅과, 드라마로서 대표되는 '현대'의 땅을 잇는 오페라마(Operama) 대교가 완공되기를,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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