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마 콘텐츠로 풀어보는 오페라 이야기

▲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이중창을 연주하는 바리톤 정경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는 19세기 유럽 청년들의 고민이었다. 이러한 의문은 점차 구체화되었고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과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기존의 관습과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고 항거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에 이러한 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이곳은 고등사범학교와 파리 국립광업학교, 소르본 대학 등 당대 최고의 교육기관과 연구시설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의문과 지식, 그리고 열정을 겸비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남들이 결론 내려주는 답이 아닌 스스로 품은 이상에 맡기기 시작한다.

떠돌이 집시를 뜻하던 '보헤미안'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사회적 규율이나 고정관념 등에 얽매이지 않는 젊고 자유로운 예술가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라탱 지구 뒷골목에 모인 보헤미안들은 자유, 삶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품고 토론을 나눴다. 그들 대다수는 가난했지만 현실과의 타협보다는 내면의 의문과 자신이 오롯이 꿈꾸는 이상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을 우선시했다. 모든 일이 해피엔딩으로 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필연적으로 현실의 파도가 닥쳐오는 법이다. 때로 그러한 현실의 위협은 그 자체로 비극이 된다. 오페라 '라 보엠'에 그려지는 이야기처럼.

오페라 '라 보엠'이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등장인물이 저마다 품은 이상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결국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3막에 등장하는 '미미는 바람둥이라네(Mimì è una civetta)'라는 곡에는 이러한 현실적 좌절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장면은 로돌포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마르첼로에게 털어놓는 장면으로, 로돌포는 처음에 마르첼로에게 미미가 바람을 피운다며 거짓말을 하지만 이내 그의 거짓을 간파한 마르첼로에게 본심을 드러내는 중요한 대목이다. 로돌포는 가난한 자신의 경제력으로는 병세가 깊어가는 미미를 낫게 할 수 없다고 좌절하여 그녀를 억지로 떼어놓으려던 것이었다.

"내 방은 쓸쓸한 굴속이야 / 불은 꺼졌고 차가운 바람만이 / 방안에 불고 있지 / 그는 기쁜 얼굴로 / 나를 위해 노래하나 / 내 더러운 운명 때문에  / 죽어가고 있지 / 미미는 온실 꽃이오 / 가난이 그녀를 죽였네 / 사랑만으로는 그녀를 / 살릴 수 없어!"

이 아리아에서 비치는 로돌포의 모습은 제1, 2막 때와 사뭇 다르게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그는 더 이상 꿈과 이상을 좇는 청년 예술가가 아니다. 땔감 살 돈이 없어 방에서 덜덜 떨면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생명도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의 작가 앙리 뮈르제는 예술가가 보헤미안으로 불리기 위해선 '규칙에서의 자유로움'이 필수 조건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예술이란 직업이 아닌 신념의 문제라고 해석 가능한 구절을 소설 서문에 남겼다.

"예술에서 가장 빛나는 찬사를 받았던 대부분의 근대 예술가는 보헤미안들이었다. 이 예술가들은 푸르른 언덕을 오르던 젊은 시절,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기라는 자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그 용기는 젊은이들의 덕목이었고, 희망은 가난한 이들의 재산이었다. 보헤미안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과도 같다. 인고와 용기의 삶, 바보들이나 질투에 눈먼 자들의 욕설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야 하며 자존심을 버려서는 안 되는 인생, 매혹적인 동시에 끔찍하고, 승리자가 있지만 순교자도 있는 삶, 그것이 진정한 보헤미안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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